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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마당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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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주임신부 인터뷰

날짜: 2020-11-22
조회: 720
김태진(베네딕토) 신부는 ‘함께’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기에, 이 곳에 있는 동안 신자들과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살아갈 작정이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주님 안에서….
김태진 베네딕토 신부

모든 두려움을 주님께 맡기고

올 해 초반에 이 곳 성 정 바오로 성당으로 부임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지난 8월 중순경에 원주교구 인사명령을 받았지만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비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주교구 인사 명령으로 인해 소속되어 있던 본당을 9월 1일자로 떠나서 교구 공동사제관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비자를 발급받고 이곳으로 급히 오게 되었어요. 그 당시 한국에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에 50여 명이 나왔는데, 이곳 미국은 7만여 명 정도이며, 버지니아는 천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군종신부로 사목을 하면서 동티모르에 파병도 나가고,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 등 파병지 방문도 여러 번 했었는데 그때보다 솔직히 여기로 올 때의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주님께서 보여 줄 땅으로 가라”는 하느님 말씀을 믿고 떠났던 아브라함의 심정으로, 모든 두려움을 주님께 맡기고 왔습니다.

가족 그리고 사제의 길

저는 6남매(3남 3녀)의 막내로 태어났어요. 맏형인 김영진(바르나바) 신부님도 사제의 길을 가고 있고, 바로 위 누님은 한국순교복자 수녀회 수도자로서 지금 베트남 하노이에서 선교 중이십니다. 이번에 한국을 떠나기 전 가족 모임을 가졌는데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좀 무거웠어요. 올해 88세이신데 치매가 좀 있으셔요. 그런 어머니께서 제가 이곳에 온다는 것을 어떻게 기억하시고 어머님 젊으셨을 때 사진을 직접 만드신 봉투에 넣어 제 손에 꼭 쥐어 주시며 ‘엄마 보고 싶을 때 보라’고 하시는데 참고 있던 울음이 터졌습니다.

언제나 자식들을 품어주시고 따뜻하셨던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는 좀 엄하신 분이셨어요. 아버지는 막내가 신부되는 것을 너무 보고싶어 하셨는데 위암으로 투병하시다 부제품까지만 보시고 사제 서품식을 못 보시고 돌아가셨어요. 돌아보면 제가 사제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주신 분이 아버지세요. 아버지는 20년 동안 원주 풍수원 성당의 공소 회장으로 일하셨는데, 주말에 보고싶은 만화영화도 못보고 아버지 손에 끌려 공소에 갔던 기억이 나요. 제 기억속의 아버지는 묵묵히 주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신 소박한 신앙인이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제가 어떤 사제로 살아야 하는지 거듭 되새기게 됩니다.

가족사진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김태진 신부는 맏형인 김영진 바르나바 신부(윗줄 왼쪽에서 두번째)에 이어 사제의 길을 가고 있으며, 바로 위 누이인 김경진 막달레나 수녀(아랫줄 왼쪽에서 두번째)는 한국순교복자회 수도자로 베트남에서 선교 중이다.
최양업 신부의 5대손인 모친 최묘순 데레사(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 여사와 막내 외삼촌인 최기식 베네딕토 신부(오른쪽에서 세번째), 두 누님과 매형, 둘째 형님과 형수님이 한 자리에 모여 가족사진을 찍었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

제 서품성구가 “모든 일에 앞서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십시오”(베드로 전서 4,7) 입니다. 아무 보상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 주신’ 예수님, 그 사랑을 나누고 싶어 신부가 되었어요.

사랑이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랑은 아픔도, 슬픔도, 고난도 함께 합니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기에 저 역시 신자들이 있는 곳에서 늘 ‘함께 하는 목자’로 살고 싶어요.

이곳에 오기 전 본당에 있을 때 5학년 어린이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신부님은 꼭 동네 아저씨 같아요”라고. 왜냐고 물으니 “신부님은 어디를 가든지 계시니까요. 성당에 가면 성당에 계시고, 교육관에 가면 거기에 계시고, 주방에 가면 주방에 계시니까 꼭 동네 아저씨 같대요. 그래서 그럼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데?라고 물으니 ‘신부님은 사제관에 있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라고 하더군요. 그 아이의 말이 참 고마웠어요. 사제관이 아니라 신자들이 있는 곳에서 함께 주님의 참사랑을 나누는 목자이고 싶거든요.

공동체 설립 35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여러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 곳에 온지 한 달이 조금 넘었네요. 짧은 시간이지만 저는 성 정바오로 성당이 정말 ‘분위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전 안에서는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았으며, 밖에서는 그 기쁨이 흘러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특별히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솔선수범하는 회장단들, 각자 성당에서 맡고 있는 직책에 따라 열심히 임하고 있는 신자 여러분의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활동, 신심 단체장님과 임원들, 그리고 모든 교우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2021년 2월 1일이면 우리 본당이 알링턴 교구에서 정식 본당으로 설정된지 25주년, 공동체가 설립된지 3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이국땅,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앞서 고생하신 분들의 희생과 신앙 안에서 우리 공동체가 성장되어 온 것입니다.

얼마 전 위령성월을 맞아 Fairfax Memorial Park를 다녀왔어요. 성 정 바오로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묘지 앞에서 기도를 하는데 제 심장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분들이 이국 땅에 처음 오셔서 얼마나 힘든 역경을 견디며 사셨을까 생각하니 숙연해지더군요. 이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들, 신앙 공동체는 없었을 겁니다. 이분들이 어렵게 가꿔온 가정, 신앙 공동체의 틀 안에서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내적인 성장을 가져온 우리 공동체가 본당설정 25주년을 맞으면서 외적으로 하나되어 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지역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지역 복음화에 앞장서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변화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적 사랑은 이웃사랑에서 시작됩니다. 함께 하는 이웃 주민들에게도 사랑을 드러내며 한 민족으로서의 신앙공동체를 빛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내가 먼저 사랑하고,
내가 먼저 용서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그런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 줄 수 있는 삶을
사셨으면 합니다.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주는 공동체

제가 좋아하는 성경말씀 중 로마서 12장에 그리스도 안의 새 생활을 요약한 내용이 나옵니다.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 주십시오”(로마서 12,15). “여러분의 힘으로 되는 일이라면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십시오”(18절).
우리 교회 공동체는 바로 이러한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사랑하고, 내가 먼저 용서하고, 누군가 넘어져 있을 때 내가 먼저 다가가는 그런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 줄 수 있는 삶을 사셨으면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길이라고 하지요? 머리로 생각한 것을 입으로 말하고 가슴에 품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들이 이렇게 살아갈 때 우리가 속해 있는 가정이나 학교, 교회나 회사나 그곳이 어디든 우리로 말미암아 아름답게 변화되지 않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예수님 사랑의 바이러스를 함께 전파시키며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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