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고백을 사제 서품 성구로 택한 배하정 신부는 주님을 생각할 땐 기쁨으로, 신자들을 만날 땐 설레는 마음으로 대하고 싶다. 사북 성당(4년)과 영월 성당(7년) 주임 신부 이후 9년 동안 원주교구 가정사목국장과 사회사목국장(원주교구 사회복지법인 상임이사, 원주교구 사회복지 후원회장, 양업토마스장애인복지관 관장)으로 일하고, 본당 사목이 그리워지던 때 성 정 바오로 성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았다. 아주 오랫만의 본당 사목이니만큼 첫 사제의 마음으로 열정을 쏟겠다는 배하정 신부를 만났다.
사제 생활 24년 중 본당 주임신부로는 이곳이 세번 째에요. 처음 인사 이동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본당 사목이라 많이 설레었어요.
물론 낯선 미국에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주님은 어디든 보내시면 그에 맞게 살아갈 힘을 주시는 분이시기에 저를 쓰고자 하시는 주님 뜻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먼 길 떠나왔습니다.
저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옹기장이’ 집에서 7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일곱 아들 중 네 아들이 사제가 되었어요. ‘옹기장이’ 성가 가사처럼 부모님은 ‘손에 든 진흙이 주님 뜻에 맞게 빚어지도록’ 최선을 다하신 것 같아요.
일어나 눈 뜨면 가족들이 둘러 앉아 아침 기도를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저녁 기도와 묵주기도, 기도서에 있는 모든 기도를 바쳤어요. 어린 나이에 한 시간 넘게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게 힘들기도 했죠. 어릴 때는 시계도 없었으니까 동네 친구들과 놀다가 성당을 못 가는 날에는 어머님께서 어김없이 밥을 안 주셨어요.
‘영적 양식은 먹지 않으면서 무슨 육신의 밥을 먹냐’ 하시면서요.
이렇게 스며든 신앙의 유산이 제가 사제로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되었고 지금도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엘리트’라고 하잖아요.
신앙이 삶의 전부였던 부모님께서는 저희를 ‘최고의 엘리트 신앙인'으로 키워 주셨습니다. 부모님께 늘 감사드리고,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기도와 신앙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꼭 남겨줘야 하는 유산이라 생각해요.
이곳에 와서 학생미사를 처음 봉헌하면서 참으로 벅찬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통해 어떤 비전과 믿음을 보았고 희망을 가졌습니다.
어린이들이 많다는 건 교회의 미래가 밝다는 것인데 우리 공동체가 이 소중한 자녀들에게 든든한 신앙의 터전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아이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모든 세대가 서로 어울려 같은 성전에서 한 목소리로 주님께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구체적인 사목 방향을 잡아보려 합니다.
이번 주일에 우리는 순교자대축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순교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도와주거나 보살피려는 마음이지요.
자기만, 우리 가족만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처지와 모습을 바라보면 자기의 희생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저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십자가 신비로 다가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주님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동체를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제가 드리는 이 기도 안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