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사람 낚는 어부 성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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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보는그림 속 성서 34

엘 그레코, <성 안드레아> 1610, 유채화, 109.9 x 64.1cm

현대 미술의 중심이자 세계의 심장인 뉴욕시 5번가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인류 5천 년의 역사를 한눈에 관람하는 명소로 지난 해 7백만 명이 넘는, 세계 두 번째의 방문객을 자랑한다. 백과 사전식 수집품의 보고이자 지존이라는 별칭답게 시대를 막론한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2백만여 점의 영구 컬렉션과 상설 전시품 4십5만여 점을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소장한 ‘성 안드레아 Saint Andrew’는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의 ‘성 안드레아와 성 프란치스코’에서 안드레아 성인만 분리해 복제한 축소판으로, 엘 그레코(El Greco, Doménikos Theotokópoulos 1541-1614)의 작업장에서 제자와 공동으로 제작되었다. 갈릴래아 출신의 어부 안드레아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고 교회의 반석인 형제 시몬 베드로를 그리스도께 인도한 12 사도 중 한 인물이다.
17세기의 화가 엘 그레코가 1세기 초기 기독교 시기의 안드레아 성인과 12세기 이탈리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한 장면에 묘사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가 남긴 일련의 작품 8점 모두에 등장하는 대각선 X자형 십자가는 로마의 박해시기에 성인이 처형된 도구이다. 십자가에 기대선 성인은 수사학적 제스처와 과장된 자세로 왼편의 보이지 않는, 익명의 진지한 대화 상대자를 향해 돌아선 모습의 독립된 화면이다. 강렬하고 뚜렷한 윤곽선으로 부각된 성인이 맨발로 딛고 선 거칠고 울퉁불퉁한 바위와 비현실적 그림자, 배경으로 제시된 현저히 낮은 수평선은 기념비적 인물을 강조하기 위한 회화적 장치이다. 자연광의 음영으로 생성된 성인 얼굴의 구조적 볼륨감과 질감은 자유로운 짧은 붓 터치의 감각적 표현으로 사색적 내면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관람객은 격동적인 회색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 밑 성인 뒤편 구불구불한 나무숲을 따라 톨레도를 거쳐 빛나는 눈 덮인 산에 도착한다.
그리스 태생의 엘 그레코가 비잔틴 양식과 베네치아 화파를 거쳐 톨레도에 정착해 반종교개혁적 목적으로 제작한 성인의 모습은 종합적이고 복합적이다. 길게 늘린 몸체에 녹색과 자주색의 짙푸른 강렬한 베네치아 색채의 의상은, 특이한 공간 배치와 극적인 빛의 효과로 불안정하고 독특한 화면을 조성해 성인의 강렬한 영성을 입증한다. 화가 특유의 역동적 공간은 투박한 질감과 입체적 효과를 창출하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의 실험적 화면으로, ‘안드레아의 십자가’로 불리는 X십자가는 성인의 신앙적 역사적 증거를 표명한다. 머리카락과 흰 수염으로 생성된 프레임 안의 관조적 표정과 왼쪽 아래를 빗겨 일별하는 심원한 눈빛은 명백한 손짓과 결합해 신중하고 담백한 12사도로서의 올곧은 성정을 드러낸다. 관람객은 스페인의 강한 가톨릭의 개혁과 신비주의의 열풍에서 마니에리스모 양식으로 창조된 안드레아 성인의 성숙한 신앙적 열정과 종교적 신비를 본다.
그리스도에게 선택된 12 사도 중 안드레아 성인의 지물은 염소, 낚시 그물, 복음서나 두루마리 그리고 X자형 십자가와 흰 머리카락과 수염을 가진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을 위한 엘 그레코의 습작 진품이 지난 6 월 멕시코에서 발견되어 세계 미술계의 흥미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성 안드레아의 상징적 십자가는, 그리스도와 같은 십자가 처형은 온당치 못하다는 요청으로 X자에 사지가 묶여 죽음을 맞고 형제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묶여 순교한다. 사람 낚는 어부로 선택되어 그리스도와 가장 가까이서 친밀한 공적 생활을 함께 한 안드레아 성인은, 최후의 만찬 참석자이자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한 증인으로 그리스도의 생애를 공유했다. 그는 초기 기독교의 박해와 위협 속에서 러시아, 그리스, 터키, 흑해에 복음을 전파했다. 안드레아 십자가의 X는 그리스어 그리스도( Χριστός )의 첫 자이며 이름의 의미 또한 ‘처음 부름 받은 자’로 모든 기독교인의 근원이다.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인 11월 30일을 기념하고 맞이하는 대림은 인류의 구원자 주님이 오시는 축제로 성 안드레아의 순명에서 이어진 지극한 희망의 시기이다.

  • 이순희 아네스
  • 미술 평론가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르네상스 및 현대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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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entered: 11-2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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