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하늘나라의 권한 성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시는 그리스도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경당(Sistine Chapel, Vatican City) 그림 속 성서 31

〈성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시는 그리스도〉 1482, 프레스코화 330 x 550 cm

수많은 인파에 묻혀 시스티나 경당에 들어서면 찬란하게 펼쳐지는 장엄한 성화의 세계에서 그림은 시각언어이자 역사적 내러티브임을 명확히 인식한다. 장방형 내부의 남북으로 긴 벽을 장식하는 12점의 르네상스 대가들의 프레스코화는 미켈란젤로의 천정화와 제단화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남쪽 벽면은 모세의 일생이 일련의 연작으로 6점이 그려졌고 북쪽은 그리스도의 생애를 묘사한 6점이 마주보는데, 구약과 신약의 주요 성서 텍스트를 묘사했다. 교황 식스토 4세가 전통과 기독교의 연속성을 전체적 맥락으로 채택한 종교적 사실적 주제는 대가들에 의해 불후의 걸작으로 탄생했다. 관람객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이전에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15세기 최고의 프레스코화가 피에트로 페루지노 (Pietro Perugino, 1445-1523)의 ‘성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시는 그리스도 (Delivery of the Keys, or Christ Giving the Keys to St. Peter)’를 북쪽 벽면 5번째에서 만난다.
페루지노는 당대를 답습한 전통에 2차원의 평면을 감소시키고 초기 르네상스의 혁신적인 3차원의 공간 묘사와 선의 구성으로 교과서적 선례를 남겨 연구되고 회자된다. 그는 르네상스의 예술적 관점과 장치를 훌륭하게 이용해 표면의 깊이와 환상적 효과를 유도해 넓은 공간을 확장한다. 배경의 섬세한 원경 풍경과 청명한 하늘은 대기 원근법을 도입한 결과로 전면에 부각된 균형 잡힌 인물들 모두를 기하학적 선으로 종속시켜 전체를 통일한다. 광활하게 탁 트인 이상적 공간에 정면 육각형의 솔로몬 성전을 중심으로, 좌우는 313년 ‘밀라노칙령’을 선포하여 기독교인의 신앙의 자유를 공인한 최초 그리스도교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선문을 쌍으로 배치하였다. 성전 입구 두 인물의 머리인 소실점에서 원근법으로 파생되는 바닥 격자무늬의 금빛 평행선과 수직선은 천상과 지상을 이어주는 다리이자 천국의 문으로 귀속시키는 통로이다.
그리스도는 군중과 사도들이 증인으로 지켜보는 광장의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꿇은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건넨다. 왼손을 가슴에 댄 경건한 자세의 베드로는 온 마음을 다해 그리스도로부터 천상의 직무와 용서하는 권한을 엄숙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영적 권위의 중요성을 구체화시킨 소실점 중심 축에 수직으로 매달린 은색 지상의 열쇠 대신에, 베드로가 금색의 천상 열쇠를 받는 장면을, 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시커먼 얼굴의 유다가 그리스도의 뒤편 다섯 번째에서 지켜본다. 중경의 오른쪽은 그리스도의 공적 생활의 한 장면인 ‘세금을 바치는 예수(Tribute Money 마태오 17,24-27)’로 으뜸 제자 베드로의 중요한 행적이다. 반대편은 체포되기 직전 군중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돌을 맞는 그리스도(요한 8,48-59)’의 모습을 묘사한다. 인류의 역사적 사건을 강조하는 서술 장치로 삽입한 두 무리의 군중은 연속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설득하는 회화적 장치이다.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한 시스티나 경당의 문은 베드로 대성전의 입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구약과 신약의 성당을 강력하게 결속한다. 교황 식스토 4세는 하느님이 모세를 거쳐 그리스도를 통해서 초대 교황 베드로에게 전체 교회의 수위권과 최고의 권위를 강조하는 설명 도구로 그림의 순서를 정하였다. 페루지노는 베드로가 교회를 열고 닫는 허락과 권한을 부여받은 교회의 핵심이자 상징적 장면을 대표작으로 남겼다. 관람객은 그림에서 사도 계승이라는 분명한 가톨릭 교리와 하느님의 말씀으로 용서하고 나누어 하늘나라의 문으로 인도하는 열쇠의 힘을 확인한다. 세계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로마의 모든 길이 통하는 시스티나 경당에서 의심 없는 믿음과 순명으로 완성되는 죄 많은 인간의 용서를 간구한다.
<이순희 아네스>

Date entered: 08-27-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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