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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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앤터니 스턴 엮음 / 이해인 수녀 옮김
황금가지 출판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페루 뿌깔파로 의료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처음이라 아는 것이 없어 ‘가서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다녀왔지만 올해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준비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미리미리 현지 사정도 듣고, 만 약 에 있을 변수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여러 번 만나 차곡차곡 준비했음에도 당황스러운 일들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들로 조금은 힘들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선교를 돌아보며 “어떻게 선교를 잘 마칠 수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많은 준비, 사람들의 열정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도”가 있었기에 좋은 선교 여행이 될 수 있었다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선교를 떠난 사람들도 매일의 미사와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현지인들을 만났고, 성당에서도 많은 분들이 기도로써 힘을 보태 주셨습니다. 우리들의 노력에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삶 안에서, 특히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서 기도는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도 없이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책 내용을 소개하며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까 합니다. ‘빈자의 성녀’, ‘하느님의 몽당연필’이라고도 불리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는 누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신 분이십니다. 특히 가난하고 힘겨운 이들과 평생을 함께하시며 그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당연히 실천을 더 강조하셨을 법한데 오히려 기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하루는 회의 중에 여러 수녀님들이 건의를 했습니다. “수녀님, 최근 들어 일거리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습니다. 돌봐야 할 사람들이 천막이 넘치도록 몰려와 하루 종일 일만해도 일손이 모자랍니다. 그러니 아침의 기도 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이면 어떨까요?” 그러자 수녀님이 대답합니다. “그래요? 할 일은 많고 일손이 부족한가요? 그러면 기도 시간을 조정해야겠네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 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겠습니다.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일반 사람들은 도무지, 아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입니다. 하지만 훗날 동료 수녀님들은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묘안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기도하면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면 비로소 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듯이 수녀님께서는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도 기도하고 싶지만 너무 바빠서 기도할 시간이 없어.’, ‘기도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기도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런 말들은 마더 데레사 수녀님 앞에서는 모두 핑계에 불과합니다.

수녀님의 말씀을 들어봅시다.

“차분히 기도하며 살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도 바쁘다며 기도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거나 변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도는 우리가 하는 일들을 훼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도하는 것처럼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떤 처지에서든 그분과 함께 있는 것, 그분 안에 머무는 것, 그분의 뜻을 따라 사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너무 어렵게, 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삶 안에서 하느님과 늘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그럴 때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필요한 은총을 당신의 방법으로 채워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기도해야 할까요?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꼭 성당 안이나 기도실에 있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기도할 수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기도로써 시작하고 기도로써 마무리 하십시오. 하느님께 어린이와 같이 다가가십시오. ‘오십시오, 성령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어 제가 기도할 수 있도록 저를 이끄시고 보호해 주십시오.’”

라고 말씀하시며 각자 있는 곳에서 기도하되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하느님과 함께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루의 시작을 기도로 시작하면 내가 오늘 하루를 통해 하느님 안에서 어떤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고, 하루의 끝을 하느님과 함께하면 그 하루 동안 나와 함께하시며 나를 사랑해 주셨고, 보호해 주셨던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간이 매일매일 계속된다면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는 절대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귀여운 아이들이 엄마 아빠한테 매달려 종알종알 떠들며 놀듯이 아버지 하느님과 늘 가까이 하려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일상 안에서 늘 기도하기 위해 노력해 봅시다. 그리고 그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우리가 이런 기도 속에서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내 마음 속에 찬 하느님의 사랑을 주변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나의 것을 내어주며 기쁜 우리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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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entered: 08-2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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