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천국과 지옥의 경계 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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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경당(Sistine Chapel, Vatican City) 그림 속 성서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화 1536-1541 13.7 m×12.2 m

솔로몬 성전 치수와 같은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경당은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비롯한 교황의 중요 업무 공간으로 교회를 건립한 212대 교황 식스토 4세(Sixtus PP. IV, 1471- 1484)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경당의 또 다른 유명세는 내부벽을 장식하는 르네상스 대가들의 프레스코화 향연으로, 백미는 단연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의 천정화 ‘천지창조’와 연결되는 정면 벽화 ‘최후의 심판, Last Judgement 1536-1541’이다. 관람객은 경건함 유지와 사진촬영 금지라는 엄격한 경비원의 안내로 북적 이는 수백 명의 인파에 합류하는 순간 공간 가득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작품에 당황한다. 원활한 관람을 위한 가이드의 시간제한과 산만한 주변에도 불구하고 제단 정면의 그리스도는 모든 방문객과 그림 속 인물 391명을 동시에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권위의 카리스마로 평화롭게 제압한다.
미켈란젤로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천국 연옥 지옥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동원해 그리스도의 마지막 심판을 시각언어로 표현했다. 화면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승천하는 자들, 죽은 자들의 부활, 나팔 부는 천사들, 지옥으로 떨어지는 무리들로 구분해 5개로 구성된다. 젊고 당당한 남성성이 강조된 중심 인물 그리스도는 인류 전체를 장악해 지배하는 강력한 초월적 존재로 화면은 마지막 판결 바로 직전의 순간을 포착한다. 그리스도는 침착하고 압도적인 제스처로 모두를 집중시켜 혼돈과 불안을 달래고 회유하며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린다. 그리스도를 중심축으로 시작하는 느린 회전 운동에 따라 수백 명의 인물이 그려내는 거대한 원은 능숙한 대가의 정확한 수치로 계산된 영원한 궤도이다. 이 순환에서 상단 좌우 루네트의 그리스도의 고문 도구를 들고 탈출을 시도하는 천사들은 제외된다.
더 이상 중재자로 개입 할 수 없는 성모 마리아는 완전한 복종의 몸짓으로 좌우의 성인들과 천국의 내정자들과 함께 간절하고 신중하게 심판의 판결을 기다린다. 하단 천사들은 죽은 자들을 깨우는 나팔을 사방으로 불며 최후의 날이자 마지막을 알리는 심판의 서곡을 연주한다. 오른편 천사가 든 작고 얇은 선택 받은 영혼들의 명부와는 다르게 왼편 천사의 크고 두꺼운 저주받은 영혼의 명부는 실천하기 힘든 선과 악이 만연한 세상을 보여준다. 그 아래로 인간의 숙명인 죽음에서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아케론(Acheron)강이 흐른다. 명부에 따라 자신의 모습과 육신을 되찾아 천국으로 부활하는 이들 반대편의 천사들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을 저지하는 마귀들과 싸우는데, 이미 카론의 배는 노를 저어 온몸이 뱀에 감긴 지옥의 마왕 미노스를 향한다. 관람객은 항로이탈이나 저항조차 없는 배가 인도하는 잿빛 죽음의 세계와 지옥의 불구덩이와는 승천하는 영혼을 기다리는 광휘롭고 신비한 천상을 목격한다.
미켈란젤로는 천정에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한 창세기를 9장면의 ‘천지 창조’를 제작한 24년 후 66세에 요한묵시록의 ‘최후의 심판’으로 인간의 마지막 미래를 완성하는 제단화를 남겼다. 그는 천국과 지옥의 경계에서 마지막 심판을 받는 인간의 모습을 모든 물질적 영혼적 탐욕을 제거한 태어날 때와 같은 알몸으로 묘사해 당대인들의 경악과 찬탄의 표적이 되었다. 20년 이상 지속된 논란은 1564년 트리엔트 공의회의 ‘음란’ 판결로 하의가 덧입혀졌다. 예술적 자존심 강한 천재는 그림 속 바톨로메오가 든 흉측하게 벗겨진 살가죽에 자화상으로 새김으로서, 하느님 앞에서 오만도 자만도 않는 죄 많은 인간임을 고백한다. 관람객은 모두가 갈망하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공포와 형벌을 상상한 걸작에서 선과 악에 따른 미래의 마지막 심판을 성찰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은 그리스도의 손 안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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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entered: 07-3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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