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참회의 상징 <성 베드로의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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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지 미술관(Uffizi Gallery)에서 보는 그림 속 성서 29

<성 베드로의 눈물> 17C 전후, 175 cm x 126 cm, 유채화

닭이 울기 전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할 것이라는 그리스도의 예언을 그대로 실행한 베드로는 사도 중의 으뜸사도이자 교회의 반석이다. 우피지 미술관의 엘 그레코(El Greco Domenikos Theotokopoulos, 1541~1614)의 ‘성 베드로의 눈물 The Tears of St. Peter’은 특별 전시관의 콘티니 보나코지 컬렉션(Contini Bonacossi Collection)으로, 관람객은 최대 15명만 입장을 허용하는 사전 예약과 미술관이 선정한 가이드 동반 투어로 감상할 수 있다. 엘 그레코는 이 주제로 16점을 남겼는데 6점만이 그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세계 곳곳에 산재한다. 그림이 탄생한 스페인의 톨레도는 이교도의 잦은 침입에도 가톨릭을 수호한 주요 요새로, 열정적 신앙은 국가의 정신적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프로테스탄트가 우상 숭배로 간주해 공격한 성모 마리아와 성인 공경을 비롯한 가톨릭 고유의 전승을 수백 점의 반종교개혁적 미술을 제작해 교회의 정통성을 주장했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처형의 역사적 궤적에 동행한 제자의 눈물을 반복 재생해 교회를 지지했다. 그는 중세 회화에서 사용한 상징적 도상학적 오브제인 하느님이 맡긴 천국의 열쇠를 화면 중앙에 배치해 주체가 베드로임을 분명하게 명시한다. 여명의 빛이 흘러드는 하늘을 향해 치켜 뜬 베드로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흰 턱수염으로 덮인 화가 특유의 길쭉한 얼굴과 역동적 근육의 완강한 팔로 온몸이 떨리도록 힘을 주어 깍지 낀 두 손은 하느님의 용서를 청원하는 간절한 모습이다. 강한 권위가 자연스레 우러나온 자세에서 표명되는 결연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형언할 수 없는 죄스러움과 무기력한 베드로의 인간적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관람객은 정확한 인체 묘사와 드로잉으로 명암을 교묘하게 대비해 빛과 어둠이 조성하는 극대화된 화면 속, 눈물을 흘리는 베드로의 인간적 모습에 몰입한다.

베드로의 암울한 심적 고립을 부각시키는 배경의 어두운 나무기둥 뒤로 빛의 공간에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인류 기적의 순간이 전개된다. 그리스도의 무덤에 나타난 천사는 상처 치료 약병을 든 막달레나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한다. 그녀는 그리스도의 처형과 매장 그리고 부활의 증인으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베드로에게 돌아선다. 전체의 1/3을 할애한 배경 화면의 빈 관은 부활의 상징으로, 죄인 막달레나의 회개와 베드로의 눈물은 죄의 참회와 선행으로 구원되는 단단한 연결고리이다. 능숙한 대가는 회화의 중의적 표현이나 복선 혹은 모호함을 배제한 채 길게 늘린 인체와 강렬한 색상의 독창적 화법으로 그림을 각인시킨다. 세련되고 기품있는 화면은 부연설명이나 사실적 분석, 비유가 불필요한 시각언어로써 직접적이고 감동적인 텍스트를 제공한다. 제목을 확인하고 그림으로 향한 관람객의 시선에는 통렬한 인간적 감정을 호소하는 첫 번째 교황의 눈물에 전이된다.

베드로의 눈물은 그리스도를 세 번 부인한 죄인의 눈물이자 십자가 처형을 당한 주님을 위한 눈물이다. 동시에 당대 교회가 처한 한탄스러운 상황의 눈물이며 빈 무덤으로 증명된 그리스도의 부활과 구원을 향한 희망의 눈물이다. 그리스 태생의 영원한 이방인 엘 그레코의 예술은, 유대교 이슬람 가톨릭이 공존하는 관용과 융합의 톨레랑스(Tolérance) 지대 톨레도에서 정치적 목적도 종교적 이상도 인간을 향한, 인간을 위한 곳에서 만개했다. 그의 종교적 확신과 절실함으로 탄생한 예술은 신앙과 일치한 인간의 심성을 직관적 예술혼으로 그려내 바로크 성화의 독보적인 존재로 시대를 넘어 감동을 준다.

관람객은 초자연적인 영성이 짙게 배어든 성인의 모습에 후회하지 않는 믿음,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을 향한 화가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그리고 죄를 짓고 사는 인간의 숙명과 죄의 진실한 참회로 그리스도의 구원을 간구한다.

<이순희 아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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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entered: 06-2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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