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모든 은총의 중재자, 긴 목의 성모

0514_uf.jpg

우피지 미술관(Uffizi Gallery)에서 보는 그림 속 성서 29

<목이 긴 성모>, 파르미자니노, 유채화, 216×132cm, 1535-1540

성모성월 5월에 하늘의 여왕을 더 없이 우아하게 묘사한 이탈리아의 화가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1503-1540)의 ‘긴 목의 성모 The Madonna with the Long Neck’는 꽃의 도시 피렌체의 우피지 미술관의 애장품이다.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부활시킨 메디치가문의 궁전을 개조한 우피지 미술관은 세계 최고의 르네상스 미술 컬렉션을 보유하는 예술적 문화적 상징이자 역사적 명소이다. 교회 제단화로 제작된 이 그림은 발표 당시 르네상스 천재들의 완벽함에 밀려 지나친 기교와 손재주를 부린 지루하고 퇴보한 그림이라는 경멸적인 평판을 얻는다. 그러나 후대의 재평가로 불명예스런 오명을 벗고 인류 최고의 걸작들과 당당하게 견주며 ‘파르미자니노’관을 차지해 유감없이 명성을 발휘한다. 관람객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중간선상의 과도기미술인 마니에리스모(Manierismo) 양식의 대표적인 걸작에서 감각적이고 세련된 성모에게 매혹당한다.

파르미자니노는 백조처럼 늘인 긴 목의 성모를 압도적 비율의 거대한 여인으로 화면 전면에 부각시킨다. 성모의 인체는 비정상적인 10등신으로 늘리고 엉덩이 부분은 과장하여 풍만하게 부풀린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타원형의 얼굴과 발 그리고 왼쪽 가슴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기형적으로 길고 가늘다. 진주로 장식한 섬세한 곱슬머리와 고급스러운 의상의, 이상하게 변형된 신체 비율의 아름다운 성모는 여유로움을 지나 방만해 보일 만큼 개방적인 자태이다. 두 개의 겹쳐진 쿠션에 오른발은 올려놓은 채 안고 있는 다소 큰 아기는 당장 무릎에서 미끄러질 듯 불안하다. 오른쪽 비좁은 구석에 몰려있는 6명의 천사는 성모의 반절 크기이고, 반대편 구석에 성서를 펼쳐 든 길게 늘린 예로니모 성인은 성모 무릎에도 미치지 못한다.

관람객은 기둥 뒤의 여백, 성인 옆의 발목, 아기의 빈약한 머리카락, 성모 오른쪽 허리의 흐릿한 천사의 윤곽선에 의문을 갖는다. 그는 이 그림의 계약 마감 기한 위반으로 감옥에 갇히고, 37세의 나이로 요절하며 명백한 미완성으로 남긴다.

중세의 성가 텍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파르미자니노는 대담한 조형적 구성과 섬세한 빛의 움직임으로 서정적 색상의 종교화를 탄생시킨다. 성모의 얼굴은 전통적으로 교회의 알레고리로 인용되며, 성모의 상아 빛 목과 닮은 꼴인 배경의 대리석 기둥은 교회의 기둥으로 해석된다. 성모의 소매 자락을 움켜 쥔 아기 예수와 냉담한 표정을 가장한 성모의 감춰진 눈빛에서 형성되는 친밀한 교감은 숨길 수 없다.

아기 예수의 늘어진 팔과 감은 눈은 다가올 십자가의 죽음과 구원을 암시한다. 성모의 체형과 비슷한 형태의 천사가 든 화병에 그려진 희미한 붉은색 십자가는 다가올 십자가 처형의 간접적 언급으로 천사들은 숭배와 애도를 동시에 표한다. 그는 대상의 보편적 관찰보다는 화가의 정신적 이념을 강조한 신플라톤주의(Neoplatonism) 미학의 영향으로 독창적 화면을 창조했다. 관람객은 변형된 비율의 비논리적 기형적 화면에서 미술의 완벽한 해결책이었던 고전적 비례와 완전한 균형의 파괴를 본다.

성모에 대한 찬미는 예술가들의 영원한 주제로, 파르미자니노는 독특한 개성으로 미술사에 남는 불멸의 명작을 남겼다. 비현실적 묘사와 불명료한 구도를 강조한 불안정한 화면은 당대의 불안한 시대적 갈등과 상황의 반영이다. 1517년의 종교개혁과 1527년 로마의 약탈(Sack of Rome)로 교황청을 향한 위협과 무차별 공격은 정신적 위기를 야기했고 이는 곧 예술적 위기로 기묘하고 불분명한 형식의 매너리즘이 탄생한다. 관람객은 병적인 정서 불안과 위기에서 파생된 긴장감 넘치는 기묘한 화면의 고고한 기품과 정교한 관능이 공존하는 긴 목의 성모에게 빠져든다. 파르미자니노는 그림의 아름다운 여인을 향한 시각적 열광보다는, 하느님을 향한 모범적 삶과 지극한 신심이 자아내는 초월적이고 고귀한 성모 내면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성모성월은 중세인들이 온갖 아름다운 꽃들로 장미 정원을 장식해 성모님께 봉헌하는 관습에서 유래되었다. 성모님은 공경의 대상으로 교황 베네딕토 15세는 성모님을 ‘모든 은총의 중개자’로 공식 인준하였고, 1921년 공식적으로 5월을 성모 성월로 확정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성모님의 숭고한 사랑을 기도와 찬미로 마음 속 깊이 찬양해 보자.

이순희 아네스

Attachments: 0514_uf.jpg
Date entered: 05-14-2017
No Message Date Message Title
55 01-14-2018 미켈란젤로의 <성가족과 아기 세례자 요한>
54 12-17-2017 풍경 속 익명의 대서사시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53 11-26-2017 사람 낚는 어부 성 안드레아
52 10-22-2017 라우렌시오 신부이 "살며 사랑하며..."
51 10-15-2017 지극한 환희 데레사의 법열
50 09-24-2017 승리의 영광 에라스모 성인의순교
49 08-27-2017 하늘나라의 권한 성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시는 그리스도
48 08-20-2017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47 07-30-2017 천국과 지옥의 경계 최후의 심판
46 06-25-2017 참회의 상징 <성 베드로의눈물>
45 06-18-2017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44 05-14-2017 모든 은총의 중재자, 긴 목의 성모
43 01-15-2017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42 01-08-2017 겸손과 순명 <그리스도의 세례식>
41 01-01-2017 아름다운 안식 이집트로의 피신 중 휴식
40 11-27-2016 선지자 이사야, 에제키엘, 그리스도의 탄생
39 10-30-2016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38 09-25-2016 구원의 채찍 <성전 정화>
37 09-11-2016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36 08-21-2016 <모성의 이상적, 완전한 상징> 알바 마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