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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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신의 상처로 스스로 지은 집 오두막 The Shack

  • 읠리엄 폴 영 글

  • 원제 The Shack
  •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이 계신다는 그리스도교 교의이다. 하느님께는 한 가지 본성만 있지만 그 본성 안에는 명확히 구분되는 세 위격, 곧 하느님과 아버지께 태어난 아들과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나온 성령이 계신다. 세 위격은 함께 동일하시고 함께 영원하시며 본질적으로 같으시다. 그러므로 삼위는 동일한 영광과 흠숭을 받으셔야 한다. 모든 삶은 삼위일체 안에서 시작되고 삼위일체로부터 나오며 삼위일체 안에 그 목적을 둔다.”

    전례 사전에 나오는 삼위일체의 정의입니다. 우리는 지난 주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님의 부활 후 50일 째 되는 날을 성령강림 대축일로 지내고, 그 다음 주일을 삼위일체 대축일로 기념하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대축일로 기념하며, ‘천주존재, 강생구속, 상선벌악’과 함께 천주교 4대 교리일 정도로 가장 중요한 교리지만, 가장 어렵고 난해한 교리이기도 합니다. 가톨릭 대사전도 ‘삼위일체는 엄격한 의미에서 절대신비이며, 하느님의 계시에 의해 우리에게 알려졌고, 계시된 이후에도 우리의 이성으로는 완전히 간파될 수 없다.’고 말할 뿐입니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이 교리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이유로 멀리해야 하는 교리는 아닙니다. 어찌 보면 우리들에게 있어 다른 교리들보다 더 가까이 있는 교리가 바로 삼위일체 교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든 기도의 시작과 마침에 성호경을 긋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또한 대부분의 마침기도를 할 때 영광송을 바칩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또 미사가 시작되면 사제는 성호경을 바친 후 기도합니다.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이렇듯 우리가 자주 바치는 기도의 공통점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 고백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토록 우리들과 가까이 있는 삼위일체 교리이지만 아직도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이 신학서적이 아닌 소설책이기에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어떤 모습으로 계시고, 또한 어떤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성부 하느님을 생각하면 하얀 수염을 기른 인자한 인상의 할아버지를 떠올리고, 성자 예수님하면 갈색 수염이 있는 잘생긴 청년을 떠올립니다. 또한 성령은 불꽃이나 비둘기 모양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은 성부 하느님을 파파라고 부르면서 체구가 큰 빛이 나는 흑인 여성으로, 성자 예수님을 키가 별로 크지 않은(사람들 사이에서 두드러질 외모나 미남이 아닌) 유대인으로, 성령을 빛 가운데 아른거리는, 그래서 정확히 바라볼 수 없는 중국 북부나 네팔, 몽골족 출신의 여인으로 소개합니다. 책 속 주인공도 “모두 셋이니 삼위일체 같은 존재들일까? 하지만 두 여자와 남자 중에 백인은 아무도 없다니? 그건 그렇고 그동안 왜 하느님을 당연히 백인이라고 생각해 왔을까?”라고 상념에 빠집니다. 우리도 성부, 성자, 성령의 모습을 아무런 고민이나 생각 없이 백인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한 세 위격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주인공은 말합니다. “그동안 나는 하느님 아버지가 대장이고 예수는 명령을 따르는 자, 다시 말해서 복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성령은 그 위치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는 … 아니 … 그녀는 …. …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당신들은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누가 책임자냐는 문제죠. 당신들에겐 명령 계통의 사슬 같은 것이 없나요?” 이에 성령께서 대답해 줍니다. “우리 가운데 누가 최종 권위자냐는 개념은 없고 통일성만 갖고 있어요. 우리는 관계의 원이지 명령 계통이나 당신 조상들이 말하던 ‘존재의 대사슬’ 같은 게 아니랍니다. 여기에서 당신은 어떤 힘도 겹치지 않은 관계를 보고 있어요.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추구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군림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우리 사이에 서열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죠. 사실 이건 당신들의 문제이지 우리 문제가 아니에요.” 이렇듯 성부, 성자, 성령은 모두 일치 안에서의 선을 추구하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에게 늘 사랑을 베풀어 주실 뿐인데,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라는 등의 생각들은 버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책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해 주시고, 또 우리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 주시는지 알려줍니다. 흥미로운 소설 속 이야기로 말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 책이 신학 서적이 아니기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래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다가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세 위격으로 존재하시는 것은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을 위해서입니다. 이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생각하며 어렵다는 핑계로 피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그 분께 늘 응답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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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entered: 06-1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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