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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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위하여 기도를 배운다

자크 필립 지음 / 추교윤 옮김 / 바오로딸 출판

옛날 옛적에 어떤 사람이 산을 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믿고 있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더 열심히 당신을 믿겠습니다.”

그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살아날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결국 호랑이에게 잡혀 먹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분명 하느님을 굳게 믿는 사람이었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호랑이도 하느님을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발견했을 때 호랑이는 “하느님, 일용할 양식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청원 기도보다 감사의 기도를 더 기쁘게 받아주신다는 교훈을 말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기도는 신앙인에게 매우 중요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과연 기도란 무엇인가요?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저에게는 기도가 마음의 약동이며, 하늘을 바라보는 단순한 눈길이고, 기쁠 때와 마찬가지로 시련을 겪을 때에도 부르짖는 감사와 사랑의 외침입니다.(2558항)”라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고,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이다.(2559항)”라는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의 말을 인용해 정의하기도 합니다. 또 간단히 설명할 때는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자크 필립의 “사랑하기 위하여 기도를 배운다.”라는 책을 중심으로 기도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기도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심이고 참된 사목 생활의 전제”라고 말하며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합니다. 저는 그다음 이어지는 내용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우리는 하느님과 친구가 됩니다. 기도를 통해 그분 생명의 풍성함과 친밀함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하느님 안에 머물고 하느님은 우리 안에 머무시게 됩니다. 기도로 실현되는 이러한 상호 관계와 사랑의 교환이 없다면 그리스도교는 속 빈 형식주의에 지나지 않고, 복음 선포는 선전 활동일 뿐이며, 인간 구원을 위한 투신은 인간 조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자선사업일 뿐입니다.”
이렇듯 기도는 모든 신자에게 꼭 필요하고, 동시에 의무이기도 합니다. 기도는, 특히 마음을 다하는 기도는 꼭 필요합니다.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기도를 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기도를 피상적으로 하는 단계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피상적인 기도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한 기도는 삶 전체를 충만하게 할 수 없습니다. … 오늘날의 세계에서 피상적인 기도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 ‘위험에 놓인 그리스도인’이 되기 쉽습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신앙이 점차 잠식당하는 것을 보게 될 위험을 무릅쓸 것이고, 아마도 결국 ‘대체물’의 유혹에 넘어갈 것입니다. 그들은 다른 종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당치도 않은 미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하느님께 올바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마치고 구원을 얻기 위해 충실히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인격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ego)를 교묘하면서도 확실하게 삶의 중심으로 두게 되고, 이런 삶 안에서 하느님과 시나브로 멀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해 하루 종일 기도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일에 충실한 평신도들이 날마다 20분간 기도하면서도 하루에 5시간 기도하는 수도자들과 같은 은총을 받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많은 시간 기도를 하기 위해 내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 기도하면 되는 것입니다.

대신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아무 때나 하고 싶을 때 하는 것보다는 리듬을 가지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호흡의 리듬, 낮과 밤의 리듬, 주간과 연간의 리듬 등과 같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기도에 충실하기를 원한다면 기도가 삶의 리듬 안에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고, 한 주간이나 일 년 중 특정한 때에 하느님께 봉헌하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합니다. 또한 우리의 모든 행동이 하느님과 나누는 작은 대화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능한 한 잠깐씩 하던 일을 중단하고 마음 깊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께 도움을 청하고 우리 마음을 드리고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미래의 구원뿐만 아니라 삶 안에서 참된 자유, 마음의 평화,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하느님의 큰 선물을 위해 기도생활에 더 충실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처음에는 뭔가 어색할 수도 있고, 또 꾸준히 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기도에 맛 들이게 된다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마음 안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올 한 해도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16년,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생활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을 수 있는 성 정하상 바오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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