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모성의 이상적, 완전한 상징> 알바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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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t)에서 보는 그림 속 성서 21

<알바 마돈나> 라파엘, 1510, 유채화 94.5 cm

마돈나는 가톨릭교회가 숭상하는 동정녀 성모 마리아의 호칭으로 기독교 미술에서 아기 예수를 안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성모자상은 화가들이 선호하는 주제로 현재까지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었다. 내셔널 갤러리는 예술가가 천재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 하나인 라파엘 (Marchigian, Raffaello 1483~1520)의 미국 내 가장 중요한 명작 ‘알바 마돈나 Alba Madonna’를 소장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스페인 귀족 알바 가문의 소장품에서 명명된 알바 마돈나는 52점의 하이라이트 컬렉션 중 한 점이자 6개국어의 최다 오디오 버전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화려한 금색 메달리온 속 매혹적인 모자상과 라파엘의 연작 두 점이 더 전시된 16세기 이탈리아 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교황 율리우스 2세의 화가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 당대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정신과 인문주의 부활을 완벽하게 입증한다.

라파엘은 진부하고 식상한 주제인 성모자상에 성서 내러티브의 세례자 요한을 등장시켜 새로운 창조 영역을 개척해 명작을 탄생시켰다. 관람객은 절로 미소 짓게 되는 천진난만한 두 아기와 천상의 옥좌나 화려한 쿠션대신에 지상 들판의 소박한 나무의자에 앉은 겸손한 마돈나(The Virgin of Humility)와 만난다. 원형 톤도(Tondo) 프레임의 본질적 속성인 연속적 움직임은, 초월적 운명의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 세 인물이 형성하는 피라미드 구조의 완벽한 균형으로 화면을 압도하며 긴장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고전 조각을 회상하는 복잡한 포즈의 마돈나 뒤로 펼쳐진 로마 캄파냐 지방 풍경은 당대 일상사를 대입한 동시에 목가적인 이상향 아르카디아를 표명한다. 아기 요한의 머리 뒤편 고요한 강은 죄의 죽음에서 영원한 삶을 부여 받아 미래의 구원을 약속하는 세례의 은총을 내포한다.

세 인물의 영롱하고 진지한 시선은 십자가를 향해 집중하며, 직관적으로 사건과 행위의 중요성을 감지한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세례자 요한이 건네는 십자가를 움켜쥐는 순간, 아기 예수는 예견된 인류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죽음과 희생을 완벽히 수용하여 포용한다. 표면의 잔잔한 중력 그리고 마돈나와 두 아기의 심오한 눈빛과 자세는 다가올 격랑을 대비한 암묵적 이해이자 동의이다. 인물 주변 들판과 세례자 요한이 안고 있는 아네모네는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피와 부활의 상징으로 마돈나의 슬픔을 대변한다. 정교한 세부묘사, 단단한 윤곽선, 이상적 구도와 명암, 인물의 영웅적 무게감, 색채와 빛의 효과적 표현이 유감없이 발휘된 화면은 세련된 시각언어의 미학적 극치를 보여준다. 라파엘은 당대 화두였던 우아한 아름다움, ‘그라치아(Grazia)’를 혁신이나 비극적 반항 없이 이 작품에서 조화롭게 달성한다.

라파엘은 대가다운 통찰력으로 인물과 자연의 관계, 즉 텍스트와 풍경설정의 통합적 혁신을 예술적 개념으로 검증하여, 그림의 형태와 의미를 자연스레 연결시켜 시대를 초월한 걸작을 남겼다. 관람객은 500년 전 땅 바닥에 내려앉은 고결한 성모인 겸손한 마돈나를 통해 그리스도가 인류 구원을 위해 인간 세상으로 오심을 확인한다. 마돈나는 세례자 요한과 함께 그리스도의 구원에 긴밀하게 동참한 공동협력자로서의 모습을 재현한다. 원형 패널에 새겨진 순교와 영원의 색상, 장밋빛과 담청색 의상의 찬란한 마돈나의 아름다움은 천상의 희망과 은총을 환기시킨다. 어머니는 사랑으로 생명을 선물한 영원한 모성의 상징이다. 마돈나는 인류의 완전한 어머니로서 죄인인 모두를 위한 중재자이자 자식을 향한 모성의 완전한 원형이다.

<이순희 아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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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entered: 08-2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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