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지극한 환희 데레사의 법열

1015_33.jpg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에서 보는그림 속 성서 33

데레사의 법열(The Ecstasy of Saint Teresa), 1647-52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대리석 350cm

로마북서쪽에위치한산타마리아델라비토리아 성당(ChiesadiSantaMariadellaVittoria)은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Giovanni Lorenzo Bernini, 1598~1680)의 제단 조각작품‘데레사의 법열 The Ecstasy of Saint Teresa’로 유명세를 타는 관광 명소이다. 페데리코 코르나로 (Federico Cornaro 1579-1653)추기경은 평범한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에 소속된 이 교회를 자신과 가족의 장례성당으로 선택해 왼쪽 익랑을 개조하였다. 추기경은 당대를 선도하는 예술가 베르니니에게 기존의 작품 ‘성 바오로의 법열’ 대신에, 시성되기 이전이었지만 수도회를 설립한 스페인 아빌라의 데레사(Theresa of Avila 1515-1582) 수녀와관련된이미지와전체적인장식을의뢰했다.베르니니는수많은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성녀의 자서전 ‘천주 자비의 글’에 기록된 신비로운 꿈을 주제로 선택했다.관람객은육체와영혼이결합하는데레사성녀의환시를입체적으로조각한 제단에서 당대 가톨릭이 반종교개혁의 일환으로 장려하였던 성인의 신비한 체험을 감상한다.

베르니니는 성녀의 꿈속 에피소드, ‘아름다운 천사의 불붙은 황금빛 화살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 고통의 전율은 극한의 희열이자 위대한 하느님의사랑’이었다는 환시의경험을모티브로 삼았다. 그는 르네상스의 고전적 장엄과 매너리즘의기교에순응한에너지로바로크의극적 리얼리즘과 과장된 감동을 정교하고 세련된 기술, 세부적 묘사로 생동감 넘치는 최고의 걸작을 창조했다. 성령의 비둘기를 은유한, 햇살처럼 펼쳐진 가는 금색 도금막대는 경당 뒤편의 숨겨진 창문의 자연광과 어우러져, 화살을 든 천사와 황홀경에 취해가는 성녀의 흰색 대리석에 반사되어 경이롭고 다채로운 색채를 연출한다. 천사의 왼손은 살며시 데레사의 가슴 앞자락을 들치고 오른손에 쥔 화살의 시위는 성녀의 심장을 과녁으로 겨눈다. 관람객은 신성이 지상의 육신을 침범하는 순간 구름을 타고 성령의 금빛 줄기를 따라 하늘로 오르는 성녀의 감각적이고 강렬한 법열의 환희에 함께 도취한다.

베르니니는 내러티브가 극적으로 고조된 절정의 순간 정지된 성녀의 몸부림을 하느님의 사랑이자 극도의 엑스터시 경지로 비유해 서사적 긴장감을 부여한다. 달콤한 미소의천사는고통과환희라는신의이중적이고양가적인선물을주기위해다가오고 무아의경지에취해탄식의숨을뱉는데레사의황홀경은바로크천재의직관적독창적 예술이다.성녀의종교적법열은물질과영혼그리고지상과천상의신비한접촉점으로 묘사되었지만, 반면에 지나친 예술적 상상력으로 극적인 관심 유도를 위해 고의적이고 과도하게관능성을강조했다는비난을받기도했다. 대리석에새겨진물결치듯흐르는 유연한 천사의 옷과 대비되는 심하게 구겨진 성녀의 베일과 옷자락은 고통 속 절정에 오른격한몸짓과내면적동요를대변하는감동적인영적폭발의메타포이다.관람객은 양 옆 벽면 4명의 고부조로 새겨진 코르나로 가문의 실제 후원자 초상 조각과 함께 이 신비로운 극치의 장면을 지켜보는 목격자이자 영원한 증인이다.

6명의교황이후원한,로마를위해태어난예술가베르니니는건축프레스코스투코 조명으로 전체를 장식한 경당에, 영성이 뛰어난 위대한 개혁가 대 데레사 성녀의 영적 체험을 구현한 작품을 봉헌한다. 16세기 가톨릭이 루터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고 분열이 확산될 때, 십자가의 성 요한과 함께 엄격한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와 ‘예수회’ 를 창설해 쇄신과 개혁을 단행한 맨발의 성녀는 베르니니의 손에서 극적인 생명력을 부여받아 명작으로 탄생했다. 심장이 꿰뚫리는 육체적 고통을하느님의사랑으로승화시켜법열의차원에오른성녀의 관상은 완덕의 단계에 이르며 ‘영혼의 성’ ‘천주 자비의 글’ ‘완덕의 길’ 등의 위대한 영성 고전 문학을 남겼다. 관람객은 하느님과의 사랑과 교감으로 생성된 성녀의 지극한 환희의 표정에 감동하고, 도드라진 맨발에서 관습과 명성을 버리고 물질·세속적 욕망과 단절해 고행한 실천적 삶을 확인한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1614년 교황 바오로 5세(PaulusV)에 의해 시복되었고, 162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5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70년에 첫 여성 교회학자로 선포해 ‘예수의 성녀 데레사’로도 불린다. 성녀의 축일은 10월 15 일이다.

  • 이순희 아네스
  • 미술 평론가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르네상스 및 현대미술사 전공)
  • Attachments: 1015_33.jpg
    Date entered: 10-15-2017
    No Message Date Message Title
    55 01-14-2018 미켈란젤로의 <성가족과 아기 세례자 요한>
    54 12-17-2017 풍경 속 익명의 대서사시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53 11-26-2017 사람 낚는 어부 성 안드레아
    52 10-22-2017 라우렌시오 신부이 "살며 사랑하며..."
    51 10-15-2017 지극한 환희 데레사의 법열
    50 09-24-2017 승리의 영광 에라스모 성인의순교
    49 08-27-2017 하늘나라의 권한 성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시는 그리스도
    48 08-20-2017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47 07-30-2017 천국과 지옥의 경계 최후의 심판
    46 06-25-2017 참회의 상징 <성 베드로의눈물>
    45 06-18-2017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44 05-14-2017 모든 은총의 중재자, 긴 목의 성모
    43 01-15-2017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42 01-08-2017 겸손과 순명 <그리스도의 세례식>
    41 01-01-2017 아름다운 안식 이집트로의 피신 중 휴식
    40 11-27-2016 선지자 이사야, 에제키엘, 그리스도의 탄생
    39 10-30-2016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38 09-25-2016 구원의 채찍 <성전 정화>
    37 09-11-2016 [성원경 신부의]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요한 4,12)
    36 08-21-2016 <모성의 이상적, 완전한 상징> 알바 마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