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글

우리 가족 신앙대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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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우리 가족 신앙대화’ 는 박종구(야고보), 박완숙(사비나) 부부의 대화입니다.

사랑하는 당신 야고보

드디어 당신을 새 이름, “야고보”라 불렀네요. 결혼 생활 45년만에 처음으로 바꿔 부른 호칭이라 좀 어색하지만 또 새로운 느낌이 들어요. 지금 이 느낌은 우리가 새롭게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약속 같아요.
10월 22일 저녁, 찰고식을 위해 신부님을 만나뵈러 가던 날 생각나세요? 퇴근시간이 한창일 때라서, 조심 조심 운전해 가고 있을때, 갑자기 차 한 대가 위험하게 우리 앞으로 끼어들어 왔었죠. 놀란 마음에 저도 모르게“뭐 저런 사람이 있어?” 하며 짜증을 냈지요. 그때 운전하던 당신이 웃으며 이렇게 얘기했어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라는 주님의 기도문을 생각하고 우리가 용서해야겠지?” 그 말을 듣고 같이 웃었지요. 그러고 나니, 놀랍게도 짜증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
지난 8개월 동안 당신이 교리 공부를 하며 성경과 종교서적에 집중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당신은 읽으면 읽을수록 의문이 많아지는 듯하여,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찰고식 가던 그 날 다른 운전사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보면서 당신이 저보다 먼저 신앙인의 발걸음을 시작한 것 같아 정말 기뻤어요. 신호에 걸려 차가 서 있을 때, 차 앞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저녁노을 빛이 너무 예뻐서, “저 하늘 좀 봐요! 참 아름답네요” 하니까,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내가 본 책 중에 이런 글이 있더군.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한 부류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참 아름답네’하며 끝나는 반면, 다른 부류는‘이처럼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섭리에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한다더군.”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여행을 좋아하는 제가 그 많은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 특히 장대하고 정교한 성당들을 보고 다니면서도 한번도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더군요. 그저 “와 ! 아름답다”하고 사진 찍기에만 바쁜 나머지 화려한 겉모양에만 정신이 팔려 속빈 강정처럼 행동했었네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려라”하는 말이 마음에 들어, 그 말대로 살고자 했는데, 가족과 부모형제 , 친한 친구와 가까운 이웃에만 관심을 뒀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 중요한 하느님이 빠져 있었어요. 이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내 하느님을 정점에 두고 관심 영역을 넓혀서, 매일 하느님께 감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야고보! 이제 우리 삶의 세계가 훨씬 넓어지고 깊어졌네요. 매사에 꼼꼼하고 책임의식이 강한 당신이지만, 앞으로는 하느님께서 항상 곁에 계심을 믿고 짊이 무거울 때면 하느님께 의지하도록 해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계속 깊어지길 기도하며.

여보, 사비나!

놀랍지 않소? 내가 예비신자 교육 과정을 시작한 지 채 일년도 못되어, 이젠 미사 때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성가를 열창하고 있으니 말이오. 처음에 내가 어떻게 시작했나 한번 생각해 봅시다. 지난 1월 1일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후 선배님 부인이,“우리 성당에서는 75세 넘는 사람은 시험치르지 않고도 영세받을 수 있다 하네요. 신부님을 찾아 뵈세요.”
내가 “그래요? 잘 됐네요. 새해 첫 날에 좋은 선물을 받은 셈입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당신은 벌써 내 마음 속을 꿰뚫어 보는 듯 했소. 그 몇 달 전, 그 선배님 부부와 영세 절차에 관해 얘기 하던중, 내가 농담 70%, 진담 30% 로, “75세 넘는 노인들이 어떻게 교리를 다 익혀 암기한 후 시험에 통과할수 있겠습니까? 만약 영세시험이 면제된다면 저희도 영세받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겠는데...” 하지 않았오?
사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그 선배님 부부를 따라 일년에 4-6회 씩 미사에 참석해 왔으나, 불교 집안에서 자란 우리에겐 영세받는 일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소. 나는 좀 망설였지만, 낙천적인 당신은 벌써 방향을 잡은 듯 했오. 그래서 정식 교리공부 과정을 밟기로 하였고, 3월 초부터 8개월에 걸친 교리공부를 시작한 것 아니었오? 생전 처음 당신과 같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게 되었고 그 것이 내겐 큰 기쁨이었오. 굳어진 머리로 생소한 종교 이론을 흡수하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생각과 사실들이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했지요. 한편, ‘신비로운 것’이기 때문에 그저 믿어야 된다고 하면, 내 감각 기관으로 인식할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 것이라서 내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잘 믿어지지 않았오.
또 생각나오? 내가 천주교 신앙 생활을 오래한 친지에게 서로 상반된 듯한 성경 구절들에 대해 계속 질문했더니, 그가 “왜 자꾸 바리사이 율법학자 같이 되려 하지요?”라며 반응했던 일을? 그렇소. 바로 내 자존심과 오기, 즉 오만이었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려 하면서도 한갖 인간의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깨닫지 못한 것이었오. 마음 속에 오만이 가득 찼으니 무엇이 거기에 들어올 수 있었겠오?
이제 알듯도 하오. 왜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지. 왜 당신이 감사생활을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을, 더나아가 하느님을 알려면, 맨처음 할 일이 내 마음에서 나에 대한 생각을 비워내는 일이라고.
돌이켜 보면, 우리가 특별한 사전 계획도 없이 천주교 입문 과정을 시작하였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을 통해 우리를 그의 자녀로 태어나게 해주신듯 하니, 놀랍지 않소? 요즘 나는 미사중 우렁찬 성가대 합창과 함께 ‘주님의 기도’를 노래할 때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와서 조금 당황한다오. 우리가 처음 만난후 반세기 가까이, 당신은 항상 당신 특유의 적극성과 낙관적인 자세로 내 힘이 되어 주었고, 특히 이번 천주교 입문과정에서 내가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되어주었소. 당신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을 내곁에 머물러 있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마음속 깊이 감사한다오. 당신과 나, 이제 사랑이신 하느님을 섬기게 되었으니, 그 분께 더 가까이 가고 또 그 분을 더 알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 같이 노력하고 기도합시다. 사랑하오.

남편 야고보
Date entered: 12-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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