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글

우리 가족 신앙대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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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우리가족 신앙대화’는 아내 리사 크랜츠와 남편 릭 크랜츠의 대화입니다.>

사랑하는 내 남편 릭,

아니 우리 동네 핸디맨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까요?

차나 공구가 고장나고 가구를 운반해야 할 때면 우리 이웃들은 왜 그렇게 당신만 찾는지. 이사온 지 얼마 안돼서 아이들 대여섯 명이 우리집에 찾아온 거 생각나세요? 당신이 나오니까 아이들 모두 당신 이름을 부르면서 좋아했지요. 당신은 동네 아이들과 같이 게임도 하고 고장난 장난감이나 자전거를 고쳐주면서 친구가 돼 주었어요. 심지어 주말에도 이웃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애를 쓰는 당신을 보면서 어딘가 함께 떠나려던 내 계획을 슬그머니 내려놓아야 했었죠.

어느 추운 겨울날 당신이 직장에 같이 다니던 할머니의 차를 히터를 켜가며 고쳐주는 모습을 보고 내가 그만 좀 하라고 화를 낸 적이 있었죠. 그 뒤로 그런 일은 좀 줄었지만, 지나가다 고장난 차가 있으면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차주인과 함께 고장난 부분을 상의하고 고쳐주는 일은 여전했어요. 이웃들이 공구가 없으면 당연한 듯 당신을 찾아와 빌려달라고 했고, 그럴 때면 당신은 함께 그 집에 가서 도와주기도 했죠. 물론 우리가 이웃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어요. 당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옆집 사람이 우리집 드라이브 웨이에 쌓인 눈을 말끔히 치워 줬어요. 그 땐 정말 그 분에게 감사했었죠.

왜 남의 일에 그렇게 애쓰며 열심이냐는 내 질문에 “예수님이 이웃을 위해 어떻게 하라고 했지?”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되묻는 당신에게 할 말이 없더군요. 당신은 말보다 행동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려는 거라고 했어요. 예수님도 그런 당신의 모습을 좋아하시고 당신에게 소소한 복을 내려주시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죠.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요. 일요일에 일찍 만나 데이트하기를 기대하던 내게 당신은 오후만 시간을 낼 수 있다 했어요. 왜 그런가 했는데, 주일날은 미사부터 드리는 게 당신 일이었어요. 그 걸 알고부터 당신을 새롭게 보게 되었고 믿음이 가기 시작했었지요. 당신은 내게 종교가 뭔지 묻지도 않고 그냥 자기가 가던 길로만 조용히 가는 사람이었어요.

결혼 후 말다툼이 있을 때 “내 나라에서도 이럴진대 멀고 먼 미국 땅에 가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는 누가 날 위로 해줄까” 하며 걱정반 슬픔반이었어요. 하지만 그건 내 괜한 짐작이었고 어리석음이었어요. 당신은 나와 한인 성당에 같이 가 주고 교우들을 알게 해줬어요. 덕분에 성당에 온 첫 날부터 봉사를 하면서 교우들과 금방 친해졌고 주일에 성당 가는 게 즐겁고 행복했어요. 당신은 금요일 저녁 성가 연습을 하고 성가를 흥얼거리며 돌아오는 나를 반겨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요.

우리 부부가 버지니아에 온 뒤 드디어 내가 영세를 받고 믿음을 더 굳건히 다질 수 있었어요. 당신은 내가 실수를 해도 불평 한마디 없이 친절히 가르쳐 주고 묵묵히 곁에 있으면서 나를 도와주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당신이 하느님을 닮으려 노력한다고 생각했고, 내게 삶의 긍지와 보람을 주었답니다. 우리 함께 건강하게 오래 잘 살아요.

주님, 릭을 제게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내 아내 리사,

23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아무 종교가 없었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모두 가톨릭 신자들라는 걸 알고 당신은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고 나와 함께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일리노이주의 가톨릭계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대해 내게 자주 말씀해 주셨고, 어머니도 위스콘신주의 가톨릭계 초등학교 출신이셨습니다. 중서부 출신의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우리 형제들은 인내심과 관대한 마음을 갖고 늘 근면하게 살라는 말씀을 듣고 자랐습니다. 당신은 그런 말씀에 딱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내 눈에 비친 당신은 너무도 순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정말 꼼꼼하게 챙겨줬지요.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남에게 흠 잡히지 않도록 제대로 차려입고 외출하는지. 나를 위해 멋진 옷도 골라주고. 그동안 나는 이런 것들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작지만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도 당신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나보다도 훨씬 관대한 사람입니다.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남을 돕는 데서도. 당신이 성당 친구들과 교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내게는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남을 돌보고 선의를 전달하는 예수님 제자의 모습을 당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죠. 당신은 나보다 훨씬 늦게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지만 나보다 더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걸 나는 압니다. 그리고 난 그런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당신 없이 나 혼자 살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같이 늙어가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이 사랑의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을 압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이라는 말이 있죠. 당신에게 내가 화를 낸 적이 거의 없는 것도 다 그 때문일 겁니다. 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생기면 나는 당신에게 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썼죠. 일상생활에서 작은 시련이 찾아와도 서로 성을 내지 않고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당신이 보여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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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entered: 10-25-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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